독(讀)장미의 <소셜콘텐츠와 스토리텔링>

내가 땅고를 추기 시작한 것은 결코 드라마 때문이 아니었다

소셜힐링
나이 들면 운동해야 합니다. 겉은 멀쩡해 보여도 몸에서 삐그덕 거리며 신호가 오기 때문이에요. 제게 오는 신호는 좀 심하게 삐그덕거리는 신호였답니다. 오랫동안 앉아서 일을 하다보니 허리에 무리가 왔던 것이지요.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헬스도 질리고 수영도 힘들어서 못하겠더군요. 베드민턴은 아침 운동이라 올빼미족인 제게는 시간대가 안맞았고 에어로빅도 마찬가지였지요.

'도대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라고 고민하는데, 그간 여러 사정으로 인연이 닿지 않았던 춤을 배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탱고'를 추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이유요? 무척 간단했어요. 10년 간 춤을 추던 친구가 추천해주었기 때문이었거든요. 

그리고, 추천 이유도 간단했지요. "덜 격렬해서!"
 '네 나이에 시작하려면 좀 박자도 느리고 몸도 좀 덜쓰는 탱고가 낫다'는 것이 친구의 말이었어요. (내 나이가 어때서.. ㅡ.ㅡ;;) 

땅고라야 알 파치노가 주연한 영화 여인의 향기에 나오는 땅고만 얼핏 봤던 기억 뿐인 저는 정말. 단순히. 친구가 그게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한마디 말에 '탱고'를 배우겠다는 계획을 세웠어요. 그리고 1년 동안. 계획만 세운 채 시간이 지나갔어요. 아는 게 없으니, 어디서 배워야할 지 조차 몰랐거든요. 
여인의 향기

알파치노는 맹인이지만 정말 멋있게 땅고를 춥니다. 가능하냐고요? 네~ 가능합니다. 땅고는 눈으로 추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추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아는 선배가 땅고를 췄다는 것이 기억이 났답니다. 몇 년 전 그 사실을 알았을 때는, "아저씨가 왠 어울리지 않는 탱고?" 라며 놀렸는데, 막상 배우려고 하니 선배의 조언이 정말 절실했어요. 하지만, 내가 아쉬울 때 선배는 멀리 탄자니아에서 나라를 위해 근무를 하고 있었지요. ^^ 
'탱고 배우겠다'는 말만 1년 간 하면서, '과연 내가 배울까'라며 스스로 의심할 즈음. 탄자니아에 갔던 선배가 돌아왔어요. 2년 만에 전화해서 다짜고짜 물었던 것은 '탱고를 어디서 배워야 해?' 였지요. 

그렇게 추천을 받은 곳이 '라틴속으로'라는 다음 카페의 서울지역 땅고 동호회인 '솔땅'이었어요. 
일 때문에 회사에서 멀었으면 엄두도 못냈을 텐데, 솔땅 연습실은 사무실에서 10분 거리였지요. 탱고를 배우겠다며 1년간 공수표를 날렸던 이유 중 하나가 제가 당시에 서칭해서 찾았던 동호회들이 거의 대부분 강남에 있어서 너무 멀었기 때문이었거든요.  

여하간 그렇게 인연을 맺게 된 것이 솔땅 62기였습니다. 이름에 생년월일에 처음에 신청할 때는 세세한 프로필 요구에 조금 고민도 되었어요.... (내가 이 나이에 내 나이까지 밝히면서 이걸 해야 해? 라는 마음과 나이 때문에 떨어지는 건 아닐까..라는 마음이 겹치면서....) 

솔땅의 초급 강습은 2개월에 한 번씩 모집합니다. 그리고 첫 시간. 저는 탱고가 아닌 '땅고'를 배우기 시작했지요. 실제 땅고는 아르헨티나에서 유래한 것으로, 춤의 이름이 '땅고'입니다. 미국식 탱고가 아니라, 실제 아르헨티나의 전통춤인 땅고를 배우는 것이기에, '땅고'라고 부르는 거예요. (이후 부터 모두 '땅고'라고 합니다^^)

1시간 30분의 수업은 선배 기수들이 돌아가면서 합니다. 품앗이라는 제도는 솔땅 안에만 있는데요. 매 기수별로 지원자를 모집하고, 품앗이에 뽑히면(초급들은 품앗이를 사부라고 부릅니다) 6개월 동안 초급 땅게로스들을 지도하고 챙기게 됩니다. 

땅고는 내춤이다! 라는 생각에 빠져 초급 생활을 열심히 하는데, 한달이 지나자 sbs 에서 <여인의 향기>라는 드라마를 하더군요. 김선아는 시티홀이라는 드라마에서도 땅고를 배웠는데, 여인의 향기에서도 땅고를 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 드라마가 할때 즈음에는 진짜 땅고에 빠지는 바람에 정작 드라마는 제대로 볼 수 없었답니다. 

땅고를 추는 땅게로스들에게 '땅고는 운명처럼 다가온다'라고 합니다. 
땅고신이 불러야 땅고를 출 수 있다고 하지요. 왠지 사부들의 말에 저는 완전 공감을 했습니다. 1년 동안 그렇게 땅고를 배우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도, 정작 가게 된 것은 1년이 훌쩍 지난 어느 여름의 한 기수였고, 그럼에도 재미있게도 다행히 드라마의 영향이 아니라 정말 땅고가 궁금하고 배우고 싶어서 신청한 마지막 기수가 되었다는 것이 정말 운명처럼 느껴졌지요. 

그리고 현재 땅고 경력 6개월차의 햇병아리 땅게라는 땅고 사랑에 빠져버리고 말았답니다. 그래서 블로그에 이렇게 땅고 카테고리까지 만들어 땅고 사랑 포스팅을 하게 된 것이지요. 소셜콘텐츠 & 스토리텔링과 어떤 연관이 있느냐고 묻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네요. 

실제 경험해본 바, 땅고만큼 소셜스러운 춤이 없답니다. 이 부분은 다음에 다시 이야기할게요. 오늘은 제가 드라마 여인의 향기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닌, 스스로 땅고가 좋아서 동호회에 가입했다는 것까지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