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讀)장미의 <소셜콘텐츠와 스토리텔링>

"카페 어거스트(august)"에서 배우 윤진서의 책을 엿보다

소셜힐링
홍대 골목에 위치한  카페 어거스트는 배우 윤진서가 운영하는 카페입니다. 북카페야 책이 테마인 카페이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책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라면 주로 주인의 취향에 맞는 책들이 꽂혀 있게 되지요. 주인장이 어떤 일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찬찬히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굳이 내가 멘탈리스트가 아니어도 말이지요. 책을 꽂아 놓을 때의 마음은 자신도 보면서, 좋아하는 책을 손님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일 테니까요.

배우 윤진서에 대해 이전까지 내가 갖고 있는 인식은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작품을 고르며 찍는구나' 정도일까요? 그녀의 작품을 많이본 것도 아니고, 최근에 미니시리즈 '도망자'에서 형사 역할로 나온 것만을 알고 있었어요. 어딘지 모르게 시원스러운 그녀의 모습은 스타가 아닌 '배우'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고 몸에 잘 맞는 듯 했고요. 그런 생각과 카페 어거스트의 분위기는 놀랄만큼 닮아 있었답니다. 
카페 어거스트
카페 어거스트
편안한 소파들, 빈티지 느낌의 테이블들, 의자 위에 얹힌 체크무늬 방석들, 한 구석의 옷걸이에는 에스닉스타일과 구제 느낌의 소품 옷들이 전시되어 있고, 책장에 얼켜있는 책들과 카페 한 가운데의 커다란 TV 아래에는 분명 그녀가 사 모았을 영화 DVD들이 잔뜩 쌓여 있었어요. 정돈되지 않은 공간인데 묘하게 편안한 느낌의 어거스트는 흡사 윤진서의 방을 엿보는 듯 했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카페 한 가운데에 윤진서씨가 앉아 있었어요. 평일 낮 시간이라 홍대 앞이 좀 덜 부산한 시간이었는데, 그녀는 무척 편안한 얼굴로 자신의 공간에서 휴식하고 있었어요.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 어딘가 자기만의 자리가 있는 공간을 우리는 누구나 원하지요. 윤진서는 자신의 카페를 그렇게 꾸며놓은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녀의 평안을 깨뜨리고 싶지 않아 아는체를 안했답니다. ^^;;)
카페 어거스트
카페 어거스트
손때 묻은 영화 이론서와 영화 관련 소품, 그녀가 좋아할 법한 소설, 에세이들이 얼켜있는 책장을 구경하자니 배우 윤진서의 캐릭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것 같았답니다. 그 중 내가 고른 책은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방법>과 <모딜리아니> 화집이었어요.
화가 모딜리아니. 감수성을 불러일으키는 미술가이지요. 그의 작품은 어딘지 모르게 애수에 차 있어요. 그리고 그는 자신의 그림에서 결코 눈동자를 그리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지요. 여배우의 책장에서 모딜리아니 화집을 발견하니 그녀의 감수성을 엿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답니다. 

그리고 선택한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라는 책은 기대 없이 봤다가 감동한 책이에요. 글이 많지 않고 마치 사진에세이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왠지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것과 갖지 못하는 것, 그리고 무심히 흘려버린 것들을 되돌아보게 만들어주는 책이었습니다. 누구나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삶을 살아가는데, 실제 더 소중한 것은 우리가 사소하게 여겼던 것들이 더 많지요.  
카페라는 공간은 어떤 공간일까요? 혼자이지만, 같은 분위기에서 숨을 쉰다는 이유 만으로 떨어진 각각이 이어져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커피전문점과 카페의 차이가 아닐까 싶네요. 

** 제가 카페의 전화번호나 주소를 올리지 않는 이유는, 이 포스팅은 카페 소개 포스팅이라기보다는 카페와 카페에 있는 책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인상을 풀어나가는 포스팅이기 때문입니다. 커피의 맛이나 위치 등은 조금만 검색해보시면 쉽게 알 수 있을 거예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