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讀)장미의 <소셜콘텐츠와 스토리텔링>

이북은 전자책이기만 할까? 이북(e-book)에 대한 5가지 생각

소셜 퍼블리싱
종이 대신 전자기기 사용. 컬러 전자책도 출시. 이제는 가독성 문제는 해결?!
아이패드가 드디어 국내 출시를 시작했습니다. 아이패드는 여러 미디어에 영향을 주었지만, 가장 강력한 영향을 받은 곳 중 한 곳이 바로 e-book 시장일 겁니다. 
이미 아마존에서 전자책 구매는 종이책의 판매를 넘어섰다는 말이 들리고, 아이패드의 멀티미디어적인 e-book구현 모습을 보면서어떤 이는 종이책은 종말할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계'라는 환경은 우리가 손으로 느끼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구현할 수 없다며 전자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분도 많지요. 

"책은 사라진다!"
"책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게 과연 책일까?"

여러가지 e-book 논의를 보면서 전 각자 말하는 초점이 조금씩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e-book은 단순한 electronic - book 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의미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확장된 e-book의 개념에 맞춰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e-book = 전자책

e-book의 가장 고전적인 개념은 '전자책'으로서의 e-book 입니다. '전자책'이라 함은 텍스트 즉, 스토리나 내용의 구현 형태가 종이에 실리는 것이 아닌, 전자기기에 실린다는 말입니다. 말 그대로 디지털기기에 텍스트가 옮겨진 것으로 초기에는 컴퓨터에 e-book 프로그램을 깔아 책을 볼 수 있게 만들었지요. 하지만 이것은 진정한 의미의 '책'이라고는 볼 수 없었습니다. '독서'의 즐거움이 어디서든 어떤 자세로든 편하게 읽는 데서 나오는데, 컴퓨터 앞에 앉아 정좌한 자세로 책을 읽는 건 어딘지 '독서'라기 보다는 '학습'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휴대가 간편한, 진짜 '책'의 기능을 가진 전자책이 나왔습니다. 마존의 킨들이 대표적인 전자책이지요. 아마존에서는 종이책을 읽는 것처럼 전자책의 글자도 눈에 피로감 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과 종이책보다 더 가벼워 휴대가 간편하다는 점, 그리고 많은 책을 한꺼번에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점을 전자책의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아마존의 킨들은 컴퓨터에서 다운받아 보는 e-book과도 차별점을 두었지요. 간편한 휴대, 가벼운 무게는 컴퓨터 e-book의 한계를 뛰어넘었습니다. 그리고 이후로 전자책은 이런 기준으로 만들어지고 있지요.  

                                                                         (www.flickr.com, photo by andyi)

그런데 킨들에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디자인이 종이책 같지는 않다는 점과 컬러로 구현되지 못하다보니 도판이나 그림이 많은 책은 구현에 한계가 있었지요. 이런 단점을 일시에 해결한 기기가 바로 태블릿PC "아이패드"였습니다. 
이전까지 태블릿PC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이패드"의 장점은 부팅없이 단추만 켜서 보고 싶은 책만 누르면 곧장 볼 수 있는 간단한 작동으로 마치 책을 읽고 싶을 때 책장에서 책을 골라 펼치는 것처럼 간단한 과정으로 책읽기 과정을 압축했다는 점입니다. 

아이패드

아이폰용 e-book은 크기가 작아 아무래도 책과 같은 느낌으로 보기는 힘들었지요. 그래서 아이폰 대신 아이패드를 논의의 중점으로 삼았습니다.

                                                                                           (www.flickr.com, photo by andyi)


현재 e-book은 킨들로 대표되는 전자책 전용 단말기와 아이패드나 갤럭시탭으로 대표되는 태블릿PC가 서로 견제와 벤치마킹을 통해 함께 발전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자책의 경우 컬러로 볼 수 있는 기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태블릿PC는 보다 책과 비슷한 환경을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기능을 삽입하고 있지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흑백의 킨들보다는 태블릿PC로 구현되는 보다 화려하고 역동적인 e-book이 더 쉽게 다가가지 않을까 싶은 조심스러운 생각이 있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미국의 책 문화와 한국의 책 문화 속에서 실마리를 찾아봤습니다.

미국의 책은 무척 다양한 스타일로 나옵니다. 미국에는 페이퍼북처럼 싼 가격으로 나와 쉽게 읽고 버릴 수 있는 책들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포켓에 쉽게 넣을 수 있도록 가로길이는 상대적으로 짧고, 세로로 길쭉한 형태의 이 책들은 종이질도 갱지를 사용해 최대한 가격을 내렸습니다. 반면 장정본은 앞의 페이퍼북 가격의 서너 배가 넘기도 하지요. 

트와일라잇

<트와일라잇> 같은 로맨스 판타지 소설도 페이퍼북과 장정본이 함께 나와 콜렉터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요.

                                                                                         (www.flickr.com, photo by Annafur)  

그러다보니 우선 페이퍼북을 통해 저렴하게 책을 읽고, 정말 오랫동안 보관하고 싶은 책만을 장정본으로 다시 구입합니다. 이런 책 문화를 통해 아마존에서는 킨들을 통해 페이퍼북의 실용성을 종이가 아닌, 디지털기기로 옮겨 놓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고, 이는 실용적인 사고를 하는 서양 독자들에게 생각보다 적은 거부감을 불러오게 된 것이지요.

반면 아직도 우리나라의 책은 비싸고, 고급스러워야 판매가 잘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표지 디자인도 멋지고, 책의 종이도 뭔가 고급스러우며, 디자인도 멋이 있어야 좋은책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독자들에게 효율적인 텍스트를 강조하는 전자책은 아무래도 자신의 지식도 가볍고 효율적인 것으로만 생각하게 만들기 쉬웠습니다. 대형 출판사들이 전자책보다는 아이패드 앱개발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것도 이런 우리나라 사람들의 책 선택 경향을 파악해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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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썼을 때가 11월 이었고, 이제 겨우 두 달 남짓 지났을 뿐인데 이북 업계는 가속도가 붙은 것처럼 변화하고 있습니다. 대형출판사들은 온라인 콘텐츠 유통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고, 전자기기 업체들은 저마다 이북 리더기를 만들고 발표했지요. 
그리고 온라인 서점에서는 이미 전자책의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춰 사용자 늘리기에 들어갔습니다. 마치, 온라인서점들이 처음 온라인책 판매 시장에 진입했을 때 엄청나게 할인된 가격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은 것처럼 말이지요. 
이미 논의가 끝나버린 것 같은 모습을 보며 시리즈물이 더이상 필요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조금 보충하는 것으로 전자책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제가 선택한 시리즈물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제 생각을 간략히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2. e-book = education book
3. e-book = edutainment book
4. e-book = e-journal
5. e-book = easy book

e-book = 교육책 또는 참고서

현재 온라인교육시장은 들끓고 있습니다. 인강(인터넷 강의) 콘텐츠가 이북 단말기로 옮겨가는 추세지요. 그러다보니 교재를 만드는 쪽에서는 직접 사업을 운영하려고 하고, 인강으로 사업을 불려온 쪽에서는 자신만의 교재를 만들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것 같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에서 학교에서, 학원에서 쉽게 갖고 다니며 공부를 할 수 있는 타블렛PC는 e-book 이라는 개념을 교재와 동영상 콘텐츠를 엮은 멀티미디어 콘텐츠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아마 우리 아이들은 PC 앞에서가 아니라 태블릿PC를 학원 가방에 넣고 다닐지도 모르겠군요. 우리나라의 사교육 시장은 최고이니, 아무래도 그 날이 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출판계 최대의 화두도, 교육업계 최대의 화두도 e-book 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그 덕에 태블릿PC 시장은 엄청나게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학생이 몇 백만인지 아시지요?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나눠준 것처럼, 필시 조금 지나면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 태블릿PC를 공짜로 나눠주는 시대가 올 듯 합니다. 1~2년 안에 말이지요. 저는 솔직히 대학교재부터 이 시장이 열릴 것으로 생각했지만, 현재 보면 중고등학교 온라인 교육 시장으로 인해 참고서 시장 자체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네요. 

e-book = 에듀테인먼트북

며칠 전 다녀간 조카카 아이패드를 달라면서 "커다란 아이폰 주세요"라고 하더군요. 아이들은 직관력이 뛰어납니다. 누구보다도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갖고 잘 놀 수 있지요. 그러다보니 유아시장도 들끓고 있습니다. 토이북이나, DVD를 사주었던 부모들은 어느새 아이패드 콘텐츠를 아이에게 보여주는 상황입니다. 
앱스토어에 가보면 아이들이 좋아할 교육 콘텐츠들이 수두룩 합니다. 특히나 '영어교육'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부모님들이시니, 외국의 다양한 무료 유아콘텐츠에 눈길을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문제는 이로 인해 '유아, 아동 도서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라는 점입니다. 무적이라는 유아, 아동 시장이 어려워지기 시작한 것이 벌써 몇년 째입니다. 콘텐츠의 포화라고도 말하는데, 그러다보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밖에 없겠지요. 수많은 전집과 아동물들이 전자책으로 변화되면서 플래시 기능을 넣어 멀티미디어물로 거듭날 듯 합니다. 단순히 책을 넘기는 것 이상으로 아이의 시선을 잡아둘 무엇인가를 집어 넣는 것이지요. 
물론, 여기서의 장벽은 유료화의 장벽입니다. 사실 수많은 앱 중에서 돈을 버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애플이 쓸어 담는 구조이지요. 충분히 좋은 무료 콘텐츠를 얻을 수 있는 학부모들이 과연 유료앱에 어느 정도 관심을 보일까요?
결국 유아, 아동 시장은 '앱'이 아니라, '움직이는 전차책'의 모습으로 '책'이라는 이름을 버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인터넷 서점 등의 판로를 다양하게 확보할 수 있을 테니까요. 

e-book = e-저널. 미디어의 경계를 허물다

GQ가 아이폰앱을 내놨을 때, 제가 가장 놀랐던 부분은 인터뷰 기사 아래에 함께 들을 수 있는 실제 인터뷰 녹취파일이었습니다. 까페에서 만났는지 주변의 소음까지 그대로 담긴 녹음파일은 제게 충격이었죠. 
신문이 자체 동영상을 인터넷 사이트 아래에 담은 시대에서 나아가, 태블릿PC로 인해 신문의 개념, 잡지의 개념 자체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몇 십년이 지나면 신문, 잡지가 아닌 '멀티미디어 저널'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e-저널의 장점은 다양한 콘텐츠를 여러 형식으로 동시에 뿌릴 수 있다는 것과 더불어 그것을 한 곳에 모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퀄리티 부분에 있어 아이디어와 속보성이 담보된다면 사람들에게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도 달라진 점입니다. 예전에는 동영상 한 편을 찍기 위해 몇 백만원이 들었다면, 이제 스마트폰으로 찍은 동영상을 직접 올릴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말이죠. 
이것을 모아놓는 것만으로도 책이 되는 상황이 되었으니, 책의 개념이 확장되는 것은 불보듯 뻔할 것이라고 보입니다. 단, 그렇기 때문에 좋은 콘텐츠에 목말라 하는 사람도 더 늘어나겠지만 말이죠. 
교보문고의 회장은 서점을 '책 읽는 곳'이 아닌 '복합 문화 공간'이라고 규정지었습니다. 온라인이던, 오프라인이던 이제 '책'은 단순한 텍스트를 넘어서 다양한 콘텐츠로 사람들에게 의미를 전달하는 무언가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e-저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더 역동적으로, 누가 더 실시간적으로, 누가 더 남들이 생각지 않은 아이템으로 다가가느냐가 성패의 갈림길이 될 듯 싶습니다. 작은 저널에게는 기회일수도 있습니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기자들의 인식이 변화해야 할 듯 싶습니다. 기자가 멀티플레이어가 되지 않는다면 e-저널은 쪽수 많은 언론사의 독점 형태 밖에 안될테니 말이지요. 

e-book = 쉬운책.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이북이 발전하면서, 책을 만드는 일 또한 무척 쉬워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등록하면 책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 된거죠. 콘텐츠의 부족에 시달리는 어플리케이션 업체들로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고, 할 말 많은 필자들에게는 높디높은 출판사의 문턱보다는 직접 책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물론 수익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뭐라고 할 수 없지만 말이지요. 현재 온라인서점의 경우에도 결국 베스트셀러는 마케팅이 강한 회사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지요. 대신, 이 유행을 보면 앞으로는 온라인 출판마케팅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도 등장할 날이 머지 않을 듯 싶습니다. 
현재는 오프라인 책들이 온라인화되는 경우가 많지만 앞으로는 온라인에서 성공한 책들을 오프라인으로 출판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될지도 모르겠네요. 마치 좋은 블로그 콘텐츠를 보유한 블로거들에게 출판을 권유하듯 말이지요. 
이북을 만들기 쉬워지면서 또 다르게 생각해볼 것은 교재가 무척 다양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대학 강의나 학원 강의, 그리고 사교육 시장에서 인기있는 강사라면 스스로 이북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구입하게 할 수 있으니까요. 
실용서나 취미서, 여행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네요. 누구나 자신만의 경험을 책으로 남기고 싶어하지 않겠어요? 더불어 소량의 책을 출판해주는 대행사도 생길 듯 합니다. 

이북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현재 플랫폼만 만들어 놓으면 이 모든 것들이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 좋은 시장에서 어떻게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아직까지 깊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모쪼록 이 흐름이, 좋은 창작을 하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흐름이 되길 바랍니다.